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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획

구자승.장지원 붓끝서 핀 40년 사랑…"우린 매일 畵氣애애"

by 아트앤에셋 2012. 7. 2.

붓끝서 핀 40년 사랑…"우린 매일 畵氣애애"

입력: 2012-07-01 17:18 / 수정: 2012-07-0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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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화 대가' 구자승·장지원, 2일부터 한경갤러리 부부전

 

한경갤러리의 부부전에 초대된 구자승 씨와 장지원 씨.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아내는 지독한 노력파예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거친 끝에 작품을 내놓거든요. 선이나 점 하나에도 오차를 인정하지 않지요. ”(구자승)

“남편의 정물화는 대단해요. 여체는 물론 술병, 보자기, 사과, 레몬, 자두 등 주변 사물들을 사진보다 더 정교하게 되살려내요. ”(장지원)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로비의 한경갤러리에서 ‘가족과 사랑의 아름다운 하모니’전을 펼치는 부부 화가 구자승 씨(71)와 장지원 씨(66).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두드리고, 때로는 치열하게 경쟁하며 따로 또 같이 예술혼을 불사르고 있다”며 서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40년 전 부부로 깊은 인연을 맺은 위에 또 한 겹의 ‘화연(畵緣)’을 쌓은 이들에게 미술의 넉넉한 감성은 가족의 분위기를 살리는 에너지가 되고 서로에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충북 장호원에서 같은 작업실을 쓰고 있는 두 사람은 “온종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작업의 세계만큼은 동화되지 않도록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고 했다.

“아내가 곁에서 같이 고민하고, 같이 울면서 같은 길을 걸어왔기에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구씨의 말에 아내 장씨는 “저 역시 캔버스 앞에 앉아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서로 닮은 데가 많다. 남이 보면 쌍둥이 남매라고 할 정도로 성격도 비슷하다. 그림을 그릴 때 집중하는 모습도 많이 닮았다. 장씨는 붓을 잡은 지 50년째 되는 구씨에 대해 “감이 좋은 그림을 그리는 대범한 화가”라고 했다.

구자승 씨의 '주전자 있는 정물'.


국내 구상 화단에서 구씨만큼 탄탄한 구성력과 밀도 있는 묘사력을 자랑하는 작가도 드물다. 구씨는 물 흐르듯 자연스런 필치와 생명력 넘치는 색감을 통해 구상 미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을 듣는다. 2010년 말에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로부터 미술 부문 ‘올해의 최고예술가상’을 받았다.

“몸이 작업을 지배해야죠. 일한테 지면 작품이고 뭐고 끝장이에요. 일을 가지고 놀아야 자신은 물론 보는 사람도 즐겁게 마련입니다.”

정물화의 대가, 인물화의 천재, 누드화의 1인자로도 불리는 구씨는 “우리 가족에게는 미술이란 ‘행복’의 연결고리가 있다”고 했다.

“대학 1학년 때 군대에 갔다가 복학한 뒤에는 학교 화실에 파묻혀 살았어요. 매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여학생과 눈이 맞아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는데 그 여학생이 지금의 아내예요.” 당시 그림에 빠져 있는 구씨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는 장씨는 “그림 그리는 사람과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저 사람과는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익대와 미국 온타리오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장씨는 40년 가까이 다양한 시적 이미지로 작업일기를 쓰듯이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꽃이나 새, 나무, 바람개비, 시계, 우산, 기하학적 기호가 많이 나타난다. 흰색 연보라색 분홍색 등 밝은 색조의 화면에는 행복한 삶의 표정이 가득하다. 구씨는 “꽃, 새, 나무 같은 자연의 이미지나 기호 등을 통해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계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아내의 작품은 진지한 삶의 자세가 만들어낸 결정체”라고 평했다.

두 사람은 “지금처럼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해질수록 가족과 사랑에 대한 갈망은 커지게 마련”이라며 “마침 지난달 아들을 결혼시키고 서로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까 해서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02)36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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