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혜(Jaimie Kim)
1967 년생
인물화를 “퓨전 동양화”로 그린다.
- 인물화가 한지혜(46)씨,
수묵화풍의 독특한 초상화로 국내외서 왕성한 활동 -
우리가 보통 초상화라고 하면 마치 카메라로 인물사진을 찍은 듯한 사실적인 묘사에 그 안에 들어있는 인물조차 근엄하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생각난다. 또한 대부분의 초상화는 짙은 유화 물감으로 그려내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요즘 기존의 사실적인 오일페인팅 기법에서 과감히 탈피, 단순히 흰색과 검은색의 아크릴 물감만으로 동양화 풍의 초상화를 멋들어지게 그려내는 인물화 작가가 있어 단연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지난 92년도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패턴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미국 비쥬얼 아트 스쿨(School Of Visual Arts)에서 화인아트(Fine Art)을 공부한 재원으로 요즘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지혜(46세)씨다.
작가는 비록 유화가 아닌 아크릴 물감의 검은색과 흰색만을 고집하지만, 일반 초상화보다 훨씬 더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치 작가가 그린 인물화를 보고 있노라면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인물화는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이 아주 많이 개입되기 작품이기에 작가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오지요. 또 어떤 풍으로 그리느냐도 중요하구요..저는 서양화처럼 계속 덧칠해 나가는 오일페인팅의 기법과 달리 여백의 미를 중요시하는 동양화풍의 느낌이 사람과 얼굴을 표현해 내기에 더욱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그가 동양화풍의 인물화에 주력하는 데는 오랜 타국생활을 통해 생겨난 고향에 대한 향수와 한국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이 한국적인 인물화를 고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힌다.
그는 미국에서 몇 년전부터 이러한 동양화풍 인물화 기법으로 현 뉴욕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 및 다수의 뉴욕 상하원 의원, 저명인사의 인물을 캔버스에 담으면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독특한 그의 작품세계는 국내에서도 소문이 나기 시작하여 이미 국내 몇몇 알만한 기업의 CEO나 유명인들이 그가 그린 초상화 한점씩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처음부터 인물학을 전공한 건 아니었다. 원래는 패턴디자이너다. 패턴디자인이란 말 그대로 옷감안에 들어가는 무늬나 모양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작가는 패턴디자니너로 활동하면서 옷감안에 평소 좋아하던 꽃과 얼굴을 주로 그렸는데, 주변에서 마치 꽃이 살아있는 것 같고, 인물의 특징이 너무도 잘 표현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는 특별히 사람의 얼굴에 대해 많은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출퇴근길 맨하튼 거리를 걷다보면 정말로 별의별 인종이 스치면서 지나갑니다. 동양인의 얼굴에 익숙해 있었던 저는 히스페닉계, 라틴계, 흑인, 백인할 것 없이 너무나 다양한 얼굴들을 접하면서 얼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특히 그는 평소 존경했던 인물화 작가인 미국의 Marvin Matterson, John Parks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본격적인 인물화 작가로 나섰다.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CEO나 저명인사들은 집무실이나 자택에 사진이 아닌 인물화를 대부분 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진이나 마치 사진을 박아 놓은듯한 초상화를 소장하는 게 대부분이다. 즉 아직 인물작가의 독특한 화풍이나 작품의 가치를 따질만한 인물화를 찾아보기 쉽지 않았기에 그는 한국에서의 활동에 누구보다도 열정적이라 했다.
- 작가에게 몇마디 물어 보았다.
□ 자신의 얼굴을 그림으로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용도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바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인 나아가 자신이 가고 싶은 정체성에 대한 열망이 아닐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지도 않을뿐더러, 세월에 의해서 변해가는 모습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찍힌 사진 한장에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열등감만 커져가는 게 현실입니다. 초상화는 어린 시절 누구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스스로의 자아의식을 키우듯이 캔버스에 표현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정체성을 확인할 뿐 만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모습을 다듬어 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그림이라 생각합니다.
□ 인물화를 그릴 때 제일 중요시하는 것은?
인물화는 작가 혼자만이 하는 작품세계가 분명 아닙니다. 모델 또는 주문자와 작가의 끊임없는 교감속에서 만들어 지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죠.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얼굴을 다시 그림이라는 예술품으로 승화시키기에 더없이 고귀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물론이고, 세월이 더해 갈수록 신비한 매력을 지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대상을 향한 세밀하고도 애정어린 시각없이는 만족스러운 인물화의 완성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작 세월의 흔적을 통해 만들어진 가장 멋지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잡아내어 표현하고자 합니다. 차가운 카메라 렌즈가 아닌 따뜻한 한 인간의 눈으로 표현된 자신의 모습을 불 때 스스로도 몰랐던 본인의 모습을 새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인물화 작가로 활동한지가 얼마 안된 걸로 알고 있는데..
저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어려서부터 취미이자 놀이가 그림이었기에 당연히 미술을 전공한다고 생각했죠. 뉴욕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맨하튼에 있는 패션회사에서 패턴디자이너로,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더 많은 종류의 그림을 그렸죠. 하지만 전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다 화가가 되는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재능은 필연적인 것이고 그 위에 언제든지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욕구와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야 된다고 생각해요. 전 지금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리고 그 사람이 어느 한순간 매력적이고 무언가 독특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을 캔버스 위에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특히 인물을 다루는 작가에게는 꼭 필요한 에너지라는 생각도 들죠. 그래서 전 인물화가 좋습니다
□ 한국에서 활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2년전 국내에서 모 그룹 회장님을 시작으로 한국과의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문화적 수준이 이렇게 높아져 있는데, 작품성으로 접근하는 인물화 시장을 개척하고 싶었지요.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 되어야만 인물화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문화만큼은 충분히 이런 문화를 갈구하고 찿는 분들이 반드시 있다고 확신하고 열정과 에너지를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사진관에 가서 가족사진을 찍듯이 작가의 작업실에 가서 그림을 의뢰하는일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온 가족을 개개인 그려서 거실의 한쪽을 갤러리 처럼 꾸며놓고 파티가 있을때마다 큰 자랑거리가 되곤한 답니다. 이런 멋진 문화가 자연스럽게 우리 나라에도 녹아 내렸으면 하는 것이 큰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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