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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작품

김보영: 無用之用의 원리를 흡수하다

by 아트앤에셋 2014. 4. 17.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에서 Connecting the dots에 대해 언급했다. 그 동안 내가 살아온 과거의 점들을 연결하면 내 미래가 보인다는 뜻이다. 사자성어로는 無用之用무용지용이 있겠다. ‘쓸모 없는 것의 용도라는 뜻이다.

 대학과 사회의 경계에 애매하게 걸쳐진 20대 초중반은 공감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 당장 알아도 시원찮을 판이니까.

 여기 23살의 김보영이 있다. 그녀 역시 또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다. 다만, 그녀는 무용지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김보영은 인터뷰에서 작품활동에 기준이 없이 너무 중구난방으로 작업하는 건가?”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내 지금 살펴보면 이전 다한 재료와 장르에 시도를 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구나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 개별적인 경험들도 하나의 점이며, 개별적인 지식도 하나의 점이며, 개별적 사람도 하나의 점이다. 서로 무관한 것처럼 여겨진 수많은 점들이 하나의 으로 이어져 구상하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Kaugge는 기대한다. 앞으로 그녀가 만들어 갈 작품 속에서 그녀의 무한한 가능성을 만나길 바라며.

 

무슨 작품인가?

자화상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깊게 모두 잠든 새벽을 좋아하는 내가 드는 정말 알 수 없는 기분을 표현한 것이다. 새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기분 때문에 더욱 새벽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알 수 없는 기분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 제작하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기분에 따라 나타나는 특성이 얼굴로 인해 보여지기 때문에 자화상으로 흐릿한 나의 얼굴을 그냥 얼굴이구나하고 보여지게끔 한 점을 완성하고 나머지 한 점은 거울 시트지를 이용해 그 흐릿한 얼굴을 비침으로써 두 작품이 한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거울 시트지를 이용한 이유는 내 자신이 알 수 없는 감정을 남은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거울은 내 비추어 남이 나를 보는 시선을 내가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비하인드 스토리?

이 작품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얼굴에 blur효과를 주고 싶었다. 얼굴 부분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번 덧칠하다 보니 종이가 일어나는 현상이 발생해 고생했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 효과가 더 좋아 보여 일부로 일어나게 그리게 되었다.


숲 속을 걷는 아이는?

숲 속에서 걷는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며 걸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이런 질문을 생각하면 내가 생각하는 대답은 어떤 상상이나 장난스러운 생각, 추억 등을 생각하며 걷는 아이를 떠올려 보았다. 그 아이는 어떤 목적지를 찾기 위해 걷는 중 일지도 모르고 또는 숲 속에서 놀기 위해서나 새를 보러 가거나 나무나 꽃을 보기 위해 등의 여러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를 생각하며 여러 상상과 생각을 하는 것을 둥근 구의 형태나 육면체의 형태로 공간이 있는 형태로 표현하였다. 숲을 상징하는 머리는 앵다록색과 약엽 색을 섞어 표현하고 배경은 산호색, 입술은 주황색, 손톱은 대자와 고동을 섞어 표현하였다.

 

 

 

아이 주변의 한자는 무엇인가?

 김정희의 무제란 한시를 넣어 못 다한 이야기를 보충해 보았다.

 

못 다한 이야기란?

맑은 새벽 작가는 산길을 출발하며 오래된 우물가에서 양치질을 하다가 우물 속이 붉은 색인 것을 보고 놀랐다. 그 색감이 너무 고와서 마치 불길이 이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우물 속이라 우물 속의 흙이 붉은 광석 층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주위에 활짝 핀 복사꽃이 물에 비춰 생긴 현상이었다.
 
우물의 그 붉고 맑은 이미지로 생긴 감흥을 안고 계속 개울을 따라 가노라니, 어디선가 짙은 풀과 나무의 향기가 풍겨와 그 근원을 찾아 가니, 한가로운 마을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곳은 온갖 꽃과 버드나무가 많았다. 그로 인해 온 마을이 환하게 밝아 보였다는 것이다.

이 것이 한시의 해석인데 이 글에서 나는 작가를 아이라 생각하며 아이가 숲 속을 걷는 과정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숲 속을 지나가며 만나게 되는 여러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야기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하고 재미난 상황을 상상하며 작품을 감상하여도 무방하다.


색감이 정말 예쁜데, 본인만의 재료 고르는 기준이나 노하우는?

재료를 고르는 기준은 보통 작품 주제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어울릴만한 소재와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색감 같은 것은 대체적으로 작품들이 나의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 많은데 그런 감정이나 느낌이 어떠한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이런 감정이나 기분의 색을 표현하기 위해 컬러리스트 자격증 책을 참고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간혹 책을 보고도 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색연필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갑자기 눈에 띄는 한 색을 골라 선택하는 것도 나만의 방법이다.

추천하는 화방은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종이류는 인사동에 송지방을, 분채는 구하산방 또는 송지방의 것을, 붓은 성심필방이나 구하산방 붓이 좋은 것 같다.

 

준비한 작품부터 다양한 시도가 엿보인다. 의도한 바인가?

사실 나는 학부를 4년째 다니면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어느 날 컴퓨터로 내 이전 작업물들을 넘겨보다가 느꼈다. 내 작품들이 다 중구난방이고, 재료와 주제, 장르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내가 너무 계획성 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 건가? 라는 걱정부터 들기 시작했다.

그림들이 다 중구난방으로 여러 작품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살펴보면 이전 작품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지금의 작품을 구상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기면서 모든 작품이 성장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구나 라는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어떤 작품들을 중구난방으로 해 왔기에 지금의 김보영이 있을 수 있었나?

보통 동양화를 하는 사람들은 평면작업이 많을 텐데 나는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평면에다 오브제를 이용한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작고 사소한 일상 속에서 너는 어찌 그리 늘어나 있을까라는 작품의 경우, 그림을 그리지 않고 만드는 작업을 통해 작품세계를 표현한 것도 다양한 제작방법 중 하나였다.

 그 외에 뜨개질을 직접 하여 오브제로 사용한 작품이나 바비 인형을 잘라 붙인 작업, 또 솜을 붙여 작업하거나 촛농을 화판에 뿌리는 퍼포먼스 작업을 한 적도 있다.

 

작고 사소한 일상 속에서 너는 어찌 그리 늘어나 있을까는 어떤 작품인가?

 성장 속에서 하루하루 지나감이 느껴진다. 이 느낌이 싫지만은 않지만 좋은 성장 나쁜 성장 할 것 없이 성장하는 그 자체가 나 임을 깨닫는다.”작고 사소한 일상의 일들을 고무줄 위에 적어 늘린다. 일상 속에서 성장함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지나고 돌이켜보면 성장함을 알아차린다. 그것이 좋은 성장이든 나쁜 성장이든 말이다.

앞의 글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어보았다. 작품제작 과정에서 또한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고 그 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많은 감상자들이 나의 작품을 보고 공감하며 소통되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 소통의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경험하게 되는 감정부터 작품으로 풀어볼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많은 감정선에 대해 경험해야 작품 세계가 다양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 작품을 위해 여행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거나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만나보는 것이 내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소한 감정을 중요시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김보영에게 KAUGGE?

내게 KAUGGE, 모래시계다. 모래시계가 모래를 한 알 한 알 쌓아가는 모습이 마치 다양한 경험과 많은 감정, 추억을 쌓아가는 것 같다. 한 해의 감정과 추억이 다 쌓이면, 시계를 반대로 돌려 다시 모래를 쌓는 것처럼 매년 또 다른 미술인들이 추억을 쌓기 위해 KAUGGE가 그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도 많은 대학생들이 KAUGGE를 통해 경험과 감정, 추억 등을 얻어 사회로 나아가 다양한 분야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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