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얽힌 실타래가 있다. 이것을 풀어내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크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그냥 잘라버리는 방법이다.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생각으로 엉켜버린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다. 둘째는 얌전히 앉아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방법이다. 시간과 공을 들이는 과정에서 성질이 오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테지만, 그 인고의 시간을 온전히 감내한 사람만이 본래 실의 형태를 만나볼 수 있게 된다.
KAUGGE가 만나본 강선화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본인의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긍정과 희망을 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녀, 언젠가 우리 마음 속 예쁜 부적으로 자리매김하길 기원한다.
[KAUGGE] 작품마다 실타래가 등장하는데.
내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털실이 가지고 있는 따뜻함과 휴식, 안정, 믿음을 안겨줘서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실타래가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라고도 본다. 실을 교차시키는 부분을 통해, 외부와 관계를 갖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자신을 성장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상처가 아물기도 한다. 음, 실타래는 삶의 활력소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KAUGGE] 얽혀있는 실타래라고 하면, 뭔가가 엉켜버린 느낌이 많이 느낌을 주지 않나?
그런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얽혀있는 실타래여도 반드시 시작점과 끝점이 있듯, 모든 일도 꾸준히 잘 풀어나가면 해결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생을 털실에 비유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수 차례 나약해지고, 삶의 의미를 잃기도 쉬우며, 이별과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나도 그런 상황 속에서 ‘시간이 약’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컨트롤 하고는 한다. 나 자신을 믿고, 문제들을 지혜롭게 풀어가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
[KAUGGE]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마인드인가?
그런 질문을 받으면 “언제 그렇게 힘들었었지?”하면서 생각을 한참 해야 할 정도로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던 때도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나보다.
지금 돌이켜 보면, 가장 힘들었던 때는 미술대학 입학 준비 시절이었던 것 같다. 실기를 준비하며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마 다른 입시생도 똑같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었을 거다. 운이 나쁘면 재수를 할 수도 있는데, 죽어도 그러기는 싫고…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이때만큼 간절했던 적은 없을 것 같다.
그 때 내가 내린 답은 그저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꾸준히 성실하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임했더니 다행히 결과가 좋았고, 들려온 합격소식에 펑펑 울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이 때의 힘들었던 마음, 내가 굳게 먹은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실타래 작품들을 하나하나 그릴 수 있었다. 지난 날의 경험이 여물어 하나의 열매를 맺은 것 같아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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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GE] 아이는 어떤 기분인가.
막막한 기분일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니까 막막하고 답답한 기분. 내가 입시를 준비하던 당시의 심정을 아이에게 담았다.
[KAUGGE] 심적으로 힘들었을 때, 선화씨 스스로를 힐링 했던 방법은?
책의 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 서점에서 책 속 내용을 대충 넘기다가, "내 마음 속의 예쁜 부적 하나"란 목차를 보게 됐다. 이 글귀가 제 가슴에 쾅 하고 부딪힌 느낌으로 다가왔다. 종교가 없어서인지 "부적"이란 단어에 이유 모를 거부감이 있었는데 "예쁜 부적" 이라고 하니까 느낌이 또 다르더라.
이 글귀가 당시 내겐 이렇게 느껴졌다. ‘아무리 힘들고 막막한 현실 앞에서도 나 자신을 믿을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야겠다’고. 그래서 내 작품중의 "내 마음속의 예쁜 부적 하나"라고 있는데 그 작품의 내용이 내가 이 글귀를 보았을 때의 느낀 점과 같다.
[KAUGGE] 선화씨의 마음 속, 예쁜 부적은 무엇인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다. 평생 내 옆에 있을 사람들이니까. 좋은 일이나 안 좋은 일이나 언제나 함께해서 기뻐해주고 슬퍼해줄 테니까. 살면서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KAUGGE] 선화씨도 누군가의 예쁜 부적이지 않을까.
음, 아마도 남동생에게 부적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동생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가던 사춘기 시절, 가장 말썽을 많이 부렸다. 혹시 잘못된 길로 빠지진 않을까 해서 잡아두려 했는데 동생은 손에 쥔 모래알처럼 잡을수록 더 새어나가기만 했다.
어느 날은 가출한 동생한테 밥을 사주면서 집에 들어오라고 설득을 하는데, 자기는 아는 형 따라서 외국에 나가 돈을 벌 거라며, 이제부턴 길 지나가다가 마주쳐도 아는 척 하지 말란 말을 하더라. 그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말이 안 나왔다. 그래서 나도 단호하게 돌아섰는데, 뒤돌자마자 눈물이 났다. 가족을 잃었단 느낌을 받아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몇 분 동안 계속 울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자기 일 하면서 바르게 살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 앞으로도 부모님께 평생 효도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더 와 닿는다. 지금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처럼.
[KAUGGE]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마인드가 또래에 비해 성숙하단 느낌이 드는데.
또래보다 성숙한 건 잘 모르겠다. 다만 하루하루 지내는 과정을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려고 노력한다. 특히나 어떤 문제가 있었을 때는 더더욱. 그리고 내 자신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그건 내 자신과의 약속이자 앞으로도 쭉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려는 부분이다. 그래서 그 마음을 담아 ‘희망의 끈’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KAUGGE] ‘희망의 끈’ 속, 거북이가 등장한 이유가 관련 있는가?
굳이 따지면, 그렇다. 우리 나라에서 거북이는 장수의 의미를 갖고 있는 신령한 동물이다. 하지만 나는 장수의 의미보다 ‘천천히’ 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은 ‘빨리빨리’가 생활화 되어 있다. 그게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고 강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과의 소통을 할 틈도 없이 빠르게만 사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아서다. 그 점에 착안해 거북이를 그려 넣게 됐다. 때로는 천천히 여유롭게 자신과의 소통을 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
[KAUGGE]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은?
일반 회사에 들어가려면 기본으로 컴퓨터와 프로그램 툴을 잘 다뤄야 하지 않나. 그런데 나는 컴퓨터와 궁합이 별로더라. 오히려 내가 직접 그린 작품이 더 정감이 가고 좋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내가 하고 싶었던 회화 공부를 더 하고 싶다. 그리고 작년부터 1년간 계약직으로 해왔던 아동미술과외를 계속 할 계획이다. 아, 또 올해 6월부터 새로운 것을 배울 예정이다. 지인이 도자아트공방을 하는데, 예쁜 접시에 그림을 그린다. 사진을 보니까 너무 예뻤다. 도자기에 발색도 선명하고. 밖에서 파는 일반접시들이랑 차원이 달랐다. 이 접시들은 없어서 못 판다고 하더라. 아주머니들한테 인기가 대단하다고 내게 배워보라고 추천해주셨다. 수입도 괜찮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니까 더욱 흥미로워 보여서 기대하고 있다. [KAUGGE]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앞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는 작품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수는 멋진 노래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치유해준다면, 나는 그림을 통해서 감동을 주고 치유해 주고 싶다. [KAUGGE] 선화씨에게 KAUGGE란?
내게 KAUGGE는 일석이조의 기회다. 개인적으로 교내 졸업전시보다 KAUGGE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교내졸업전시는 누구나 거치는 그저 대학 4년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지만, KAUGGE는 나의 첫 그룹전이기도 하고, 상업적인 부분도 마음에 든다. 옛 예술가들이 말했던 것처럼, ‘진정한 예술은 배고픔 속에서 꽃핀다’는 이야기는 요즘 시대에선 공감할 수가 없다. 행사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가수들이 매번 무보수로 콘서트 열고 앨범 내는 게 아니지 않나.
요즘 시대는, 돈 없이는 작품활동을 할 수 없다고 본다. 이런 KAUGGE의 상업적인 부분이 있어야 좋은 작가와 작품이 더 많이 배출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KAUGGE의 또 다른 프로그램인 아트 콜라보레이션 참가 기회를 노리고 있다. 내 작품을 하면서도 작품 활동을 위한 밑거름을 같이 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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