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희의 미술은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유치원에서 미술을 처음으로 접했던 그녀는, 수 년이 지난 지금에도 어릴 적 미술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제가 다른 방법으로, 다른 사물을 그려내도 선생님은 절대 혼내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칭찬해 주셨죠. 수업 내용과 거리가 멀었는데도 말이에요.”라고 덧붙이며, 준비해온 작품 이미지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KAUGGE] 어릴 적 선생님이 기억이 난다고 했다. 어떤 분이셨기에 기억에 남는가?
다른 선생님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긴 했지만, 선생님은 굉장히 여성스러운 분이셨다.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방법이 아니라, 다른 방법이나 재료를 이용해 사물을 담아내는 것을 칭찬하셨다. 다른 방법과 소재의 활용에 대해서 “정답은 없다”고 하시며 긍정적인 견해로 봐주셨다.
특히 선생님의 수업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밑그림이었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내가 그린 밑그림에 색을 채워 넣는 것이 마치 색칠놀이처럼 여겨졌던 것 같다.
그 시절부터 나는 선생님의 칭찬과 응원을 받으면서 미술에 대해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작품활동에 있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은 나의 미술에 있어서 근원이자 원동력이다.
[KAUGGE] 공통점이라도?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언급했듯, 나는 밑그림 그리는 과정을 좋아했다. 그냥 끄적이다 보면 좋은 이미지가 나올 때도 있고, 무엇보다 그 위에 나만의 색깔을 덧입히는 과정이 정말 행복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 만큼, 밑그림을 잔뜩 활용한 작품들을 KAUGGE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 이미지는 Sam Lee 의 Gonna Dream 이란 노래를 들으며 다이어리에 메모하듯 자연스럽게 나온 작품이다. 비록 다이어리에 밑그림을 하고 작품으로 구성한 것이지만, 수정작업이나 보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나만의 자연스러움이 묻어 나온 작품이다.
[KAUGGE] 밑그림을 이용한 첫 번째 작품은?
사람들이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다른 느낌을 받는 그런 작품을 표현 하고 싶었다. 하나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126명 이라면, 126가지의 제각기 다른 감상평이 있을 것이다. 사람의 개성이 제각기 다르듯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감상을 느끼도록 의도한 그림이다. 그런 '다르다'라는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게 무한히 반복됨을 연상하여, ‘다르다르다 의 끝’ 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KAUGGE] 이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이 작품은 학교 수업시간에 그린 것이기도 했지만, 삼성 디스플레이시티에 전시할 그림이기도 했었다. 교내 작은 전시실에서의 작품을 전시해 본 경험은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외부 공간에서 전시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압박감과 부담감을 받았던 것 같다.
원래 뭘 해도 금방 적응하고, 긍정적인 편인데 이 작품을 진행할 때는 주변 친구들도 느낄 정도로 심적 압박감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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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GE] 그런 내적 압박감을 해소하는 본인의 노하우는?
방법 중 하나는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딱히 선호하는 아티스트는 없고, 내 귀에 딱 꽂히는 음악이 있으면 그냥 듣는다. 이 작품들은 재즈와 일렉트로닉 음악을 듣고 작업했고, 최근엔 힙합 장르도 자주 듣는다.
카페인과 당류를 섭취하는 방법도 있다. 내 지인들도 내가 커피를 달고 사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로, 커피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잠이 확 깨고 집중이 되는 기분이 든다.
[KAUGGE] 밑그림을 이용한 두 번째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달 눈' 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실제로 달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린 작품이다.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달을 보며 느낀 감상을 밑그림으로 메모하여 후에 작품으로 승화 시켰다.
[KAUGGE] 달에도 여러 모습이 있는데, 작품의 달이 초승달인 이유는?
이기철 시인의 '초승달이여' 라는 시를 통해서 작품의 이미지를 더 구체화 시킬 수 있었다.
초승달은 시에서 나온 것처럼 여려 보이지만, 높고 환하다. 둥근 보름달이 가득 머금고 있던 달빛을 비추면서 초승달 모양으로 홀쭉 해지는 재미난 생각도 해보았다.
베푸는 듯한 달의 모습. '달 눈' 작품의 특징으로 생각한다.
그 외에도 ‘달’이란 소재를 다루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작업이 있다. 러시아의 아티스트인 Leonid Tishkov 와 포토그래퍼 Boris Bendikov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인 ‘Private Moon’ 작품들도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내가 소개한 아티스트의 작품은 ‘눈에 보이는 시’ 라고도 불리는데, 작가가 느끼는 외로움을 무엇인가가 밝게 비춰주길 원한다는 컨셉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같은 달을 보고도 이렇게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나도 내가 생각한 ‘달’에 대해 작품을 진행하게 됐다.
마침 KAUGGE 페이스북에 공유노트로 올라왔던데, 궁금한 분들은 관련 내용을 참고해보는 것도 좋겠다.
[KAUGGE] ‘눈’이란 소재는 무엇을 뜻하나?
사람은 입으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입을 통한 의사소통은 가끔 너무도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눈은 시각적으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신체부위 아닌가?
그래서 나는 사람의 '눈'을 진실Truth이라는 느낌을 담아 재해석했다.
[KAUGGE] 10년 뒤 김나희는 어떤 모습일까?
커리어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하자면 어릴 적 내 미술 선생님처럼, 이제 막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어린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작가로서의 나는 앞으로도 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그림, 내가 좋아하는 소재의 그림, 억압되지 않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KAUGGE] 같은 미술의 길을 걸어가는 친구들에게 한 마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충분히 연습 하고 자신만의 감정이나 느낌을 다른 이들이 볼 수 있게 표현 할 수 있는 실력과 감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자신만의 '감'을 표현 할 수 있게 된다면, 본인만의 독특한 자기만의 색을 가진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나 스스로도 아직 노력하는 부분이기도 하며, 즐거운 작업을 하기 위해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 한다.
[KAUGGE] 김나희에게 KAUGGE란?
KAUGGE는 '다르다르다 의 끝' 이다.
각자 자라온 환경, 생활해온 삶이 제각기 다른, 그런 사람들이 한 곳에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생각의 공유의 장, 다양한 기법과 방법을 통해 표현된 작품과의 만남의 장, 그리고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융합의 장 이기에 KAUGGE는 나에게 그리고 다른 이 에게도 큰 발전을 안겨줄 ‘다르다르다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청년미술의 중심! 세계를 이끌어갈 예술인들의 요람.
2014. Let's KAUG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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